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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명 카메라 메이커인 라이카가 최근 내놓은 홍보 영상 때문에 중국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방식의 원치 않은 노이즈 마케팅 될 것 같습니다.

왜냐 하면 광고에 나오는 내용이 조만간 30돌을 맞는 천안문 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라서 그렇습니다.

천안문 민주화운동은 중국에선 금기시 되어 있는 이야기입니다.


라이카는 "사냥(The hunt)"이란 제목으로 4분59초 분량의 홍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전쟁과 무력 갈등 현장을 취재하는 사진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상은 마치 저격총으로 사냥을 하는 것처럼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상 전반에 아프리카 무력 갈등 현장과 총탄이 퍼붓는 중동의 전쟁터 등 위험천만한 지역에서 취재에 몰입하는 사진기자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영상은 1989년 베이징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영상은 누가 봐도 천안문이야기로 보입니다.




호텔에서 서양인 사진기자가 중국 공안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커튼으로 가려진 창가에서 촬영한 장면이 영상 막바지에 카메라 렌즈에 비칩니다. 

광장으로 들어서는 탱크를 맨몸으로 막아선 탱크맨의 모습입니다. 

천안문 사건을 상징하는 이 사진을 찍은 미국인 사진기자 제프 와이드너는 1990년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제프 와이드너는 천안문 광장이 잘 보이는 호텔 6층 객실에서 해당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구글에서 천안문이라고만 입력해도 이렇게 많은 천안문 탱크맨 사진이 검색이 되는데 중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상은 "우리를 보게 하기 위해 자신들의 눈을 빌려준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 (This film is dedicated to those who lend their eyes to make us see)"는 메세지로 끝을 맺습니다.



민주화 시위에 대해 민김한 중국에선 당연하게도 이 영상을 차단합니다.

논란이 일자 홍보영상은 중국 당국의 검열로 인해 즉각 접속이 차단 됐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을 비롯한 중국의 SNS에서는 라이카라는 단어로 검색조차 되지 않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런데 불똥은 뜻밖에도 중국업체인 화웨이로 튀는 것 같습니다.

라이카가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와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공동 개발하고 열심히 판매도 하고 있는데 라이카 렌즈의 장점을 홍보하기가 곤란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사태가 커지자  라이카는 이메일을 통해 "공식 홍보영상은 아니다"라고 해명을 했다고 합니다.

결과가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집니다.